90년대를 지배한 축구 전설들

1990년대 축구의 낭만을 기억하시나요? 마라도나 시대 이후 그라운드를 지배한 호나우두, 로베르토 바조, 지네딘 지단 등 90년대를 빛낸 위대한 축구 전설들을 총정리합니다.

 

세기의 전환점: 1990년대를 지배한 축구 전설들


90년대를 지배한 축구 전설들




  1990년대는 축구 역사에서 매우 독특하고 낭만적인 시대였다. 80년대의 거친 압박과 전술 축구가 남아있는 동시에, 21세기의 상업화와 세계화가 막 시작되던 과도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축구는 화려한 기술을 가진 '판타지스타'들의 예술적인 플레이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들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마라도나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아이콘들이 등장했던 1990년대, 축구 팬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위대한 전설들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황제의 등장 - 호나우두 (Ronaldo)

  1990년대 중반, 축구계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공격수 등장에 충격에 휩싸였다. 바로 브라질의 '페노메누(O Fenômeno, 경이로운 존재)' 호나우두이다. 10대 후반의 나이로 PSV 에인트호번, FC 바르셀로나, 인터 밀란을 거치며 그는 폭발적인 스피드, 강력한 피지컬, 그리고 수비수 여러 명을 무력화시키는 현란한 개인기를 모두 갖춘 완벽한 공격수였다. 특히 바르셀로나 시절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는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1997년, 불과 21세의 나이로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90년대 후반이 자신의 시대임을 전 세계에 선언한 선수이다.



낭만과 비운의 판타지스타 - 로베르토 바조 (Roberto Baggio)

  '판타지스타'의 시대를 상징하는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단연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이다. '말총머리(Il Divin Codino)'라는 상징적인 헤어스타일과 함께, 그는 뛰어난 축구 지능과 창의적인 플레이로 공격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프리롤 공격수였다. 1993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당대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랐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조국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이끄는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비록 결승전 승부차기 실축이라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그의 고뇌하는 모습까지도 팬들에게는 하나의 낭만으로 기억되는 90년대 최고의 아이콘 중 한 명이다.



아트 사커의 마에스트로 - 지네딘 지단 (Zinedine Zidane)

  1990년대 후반, 축구계는 또 한 명의 위대한 아티스트를 맞이했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우아한 볼 컨트롤과 넓은 시야, 그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패스로 그라운드를 캔버스처럼 사용하는 선수였다. 유벤투스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한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두 개의 헤더골을 터뜨리며 조국에 사상 첫 우승을 안겼다. 이 활약으로 1998년 발롱도르를 수상했으며, 2000년대까지 이어지는 자신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철의 장벽, 밀란 제국의 심장들

  1990년대 초반은 AC 밀란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대였고, 그 중심에는 역사상 최강이라 불리는 수비 라인이 있었다.

  • 파올로 말디니 (Paolo Maldini): 왼쪽 풀백과 센터백을 모두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까지 20년 이상 최상위 클래스를 유지한 수비의 전설이다.

  • 프랑코 바레시 (Franco Baresi): 밀란 수비 라인의 리더이자 최후방을 지휘하는 '리베로'의 교과서였다. 그의 지능적인 수비 조율은 AC 밀란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다.



붉은 제국을 건설한 거인들

  1990년대 잉글랜드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 아래 절대 왕조를 구축했다.

  • 피터 슈마이켈 (Peter Schmeichel): 덴마크 출신의 이 골키퍼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스타피쉬 세이브'로 골키퍼의 개념을 바꾼 인물이다. 덴마크의 유로 1992 우승과 맨유의 1999년 트레블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 에릭 칸토나 (Eric Cantona): 90년대 맨유 부활의 기폭제가 된 선수로,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와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올드 트래포드의 '왕(King)'으로 군림했다.



잊을 수 없는 그 시대의 영웅들

  위에 언급된 선수들 외에도 90년대는 수많은 스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빛냈다.

  • 호마리우 (Romário): 1994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동물적인 감각의 스트라이커이다.

  •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Hristo Stoichkov): 바르셀로나 '드림팀'의 핵심 멤버이자 다혈질의 성격으로 유명했던 불가리아의 영웅이다.

  • 조지 웨아 (George Weah): 1995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유일한 아프리카 선수로, 놀라운 스피드와 힘을 겸비했던 공격수이다.

  • 로타어 마테우스 (Lothar Matthäus): 90년대를 시작한 1990년 발롱도르 수상자로, 미드필더와 리베로를 오가며 독일 전차군단을 이끈 엔진이었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전설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다양성이 꽃피운 시대이다. 그들의 플레이는 21세기 슈퍼스타들의 등장 이전에 축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열정과 낭만을 담고 있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축구 팬들에게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